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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예지동 원조함흥냉면 - 이제는 추억속으로

코로나로 계속 집에만 있어서

아는 동생들과 낮술이나 하며 콧바람좀 넣어보려고

오래전 기억을 꺼내본다.

 

 

작년 코로나 사태로

봄에 일이 없어서 노는 사태가 발생;;;

와 ㅅㅂ 뭐 이런...

그와중에 아는 분께서 예지동 시계골목이 사라질 예정이라

기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볼 의향이 있냐고 하셔서

카메라 노는것도 그러니 참여하기로 하고 사진작업을 들어갔다.

 

첫날

공식적인 첫날은 아니고 

프로젝트 참여하는 형님 한분과 먼저 사전답사를 갔다가

저녁에 술자리로 들어간곳이 

예지동 원조 함흥냉면이다.

 

 

춥고 배고파서 잘 몰랐는데

술몇잔 들어가다 보니

가게 내부 곳곳이 보이고 

정말 술먹기 좋은 분위기

 

그때 술과 고기와 냉면을 흡입하면서도

여길 사진으로 담을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못했었다.

시계골목과 시계장인들을 담는게 우선이라서

 

그러다 프로젝트 담당자와

전시회때 협찬을 받기 위해 

예지동함흥냉면 사장님과 미팅을 한게 화근(?)이였다.

(난 담당자도 아닌데 왜 ㄷㄷ 역시 백수가 되버리면 만만해지는거다)

 

연세가 무척 많아보이셨던 사장님께서

나와 담당자에게 그동안 이 가게에서 있었던 일들

벽에 스댕으로 만든 테두리부터 돌아가신 남편분께서 하나하나 

다 만드시고 손때가 묻었는데 옮겨갈수도 없다고 하시며

많이 속상해 하셨고 얘기중에 옛생각이 나셨는지 

눈물도 살짝 보이셨는데

여기에 내가 울컥해버렸던거다...(이놈의 성격;;)

 

할줄아는게 사진질밖에 없으니

가게를 옮겨다 드리는건 못하지만

사진으로나마 기록해드리고 싶다고

예지동 프로젝트와 별개로 그냥 제가 담아드리겠다고

 

사장님께선

비용을 드려야 하는거 아니냐 하셨지만

거듭 손사례를 치고 마음으로 그냥 제가 하고싶어서 하는거니 

비용은 필요없다고 말씀드렸다.

(코로나로 백수가 된 자영업자 주제에 이러니 돈을 못버는갑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지만

구석구석 기록을 해보았다.

 

 

면성애자.

그중에서도 함흥냉면을 최고로 치는 나에게

무척이나 부러웠던 장비;;

 

함흥냉면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담아보았다

 

촬영때문에 연출한게 아니라

실제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하시는 과정을 담아야 해서 정신없었던 하루

 

담음새? 라고 하는데

정말 고수의 손길이 느껴진다

10년은 해야 면좀 만질수 있다고...

 

아쉽게도 회냉면이 아닌 비냉...

(비냉이면 어떠냐..냉면이면 그만인것을;;;)

 

사장님 사진

 

실장님과 부실장님 사진

(왼쪽이 부실장님)

 

카메라를 어색해 하셨던 두분

 

유쾌하셨던 두분

(봉다리 커피 잘마셨습니다)

 

예지동 원조함흥냉면집에는 유독 그림이 많았다.

엄청나게 큰 액자로 가게 곳곳을 굉장히 분위기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느낌?

사장님께서는 특히나 이 액자를 아낀다고 하셔서 사진에 담아드리고

예지동 전시와 별개로 따로 액자를 해서 선물로 드렸다.

 

2층에서 모든 직원분들과 사장님도 담아드리고

(할줄아는게 이거니;;)

놀라운건 아드님이신 현재 사장님은 사진에 없;;;(카운터 지키시느라;;)

 

전시와 별개로 사장님께 액자와 사진을 인화해서 드렸는데

사장님께서는 계속 비용을 지불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건데 돈이 오가는건 아닌거 같다고 다시 거절

 

* 가보신 분들은 아실텐데

이곳 2층이 정말 근사하다. 조금 속된 표현으로 말하면

(내 비록 가본적은 없지만) 살짝 저렴한 느낌의 기생집 분위기? (죄송합니다)

굉장히 오래된 액자들과 낮에 들어오는 자연광의 태양빛 (1층은 그런게 없;;)

테이블 좌석 말고 방으로 들어가면 정말 그 오래된 선술집 같으면서도 그런

묘한 분위기와 그런게

술꾼들의 그 삘을 자극하는 곳이라

사실 사장님께 제안을 했었다.

` 술 냉면 다 돈내고 사먹을테니 대신에 전시회때 참여하는 분들 2층에서 뒷풀이 하게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전시회가 몇번 연기되고 모임도 위험해지고 해서 이 딜은 없었던 일이 된다

(전시회 담당자의 갑질로 프로젝트에서도 나와버리고)

 

그러나 사람일 모른다고

액자 제작까진 도맡아 버리는 바람에

액자를 예지동에 전시장소로 배달하면서

도와주신 형님 두분과 셋이서

위에 사장님 독사진 액자를 들고 방문을 했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밥은 본인이 쏘시겠다며

불고기와 소주 냉면을 융숭하게 대접받았다

 

거기다가

대낮에

2층에서 먹었다

이런 호사가...

 

지금은 영업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에

무척 허탈하고 아쉽다

빨리 재개발이 마무리되고

다시 오픈을 하셨으면 좋겠다

그때는 내가 담아드렸던 과거의 사진들이 매장 곳곳에 액자로 걸려있을텐데

그때쯤이면 코로나도 끝나겠지?

 

사장님 그때까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계속 술팔아드릴께요.

 

회냉면 먹고 싶다.

 

술안주로는 회냉면

해장으론 물냉면이 최곤데......

 

아무튼 내일

이곳은 못가니...

대타로 만민보리밥이나;;;;